날은 금새 저물었다. 빛이 강하하는 동안, 오렌지를 두어 개 깠다. 같이 먹는 입이 없이 천천히 씹었으며. 삼켰다. 오렌지에서 숨었던 물이 주루룩 떨어진다. 살아온 이야기는 털어놓지 않았는데. 그처럼 조용히 식도에서 배로 구불구불 굽은 창자의 길 안을 구르는 물기로 내려간 파편이. 한때는 오렌지로 불렸던 붉은 덩어리의 조각이며, 살점이다. 살 껍질이다. 원래는 있지 않은 뼈 부스러기도 섞였겠다. 오렌지는 곧 버려지는 두꺼운 흔적들만을 남겼다. 입에서 살점이 씹히는 동안 날카롭게 찢긴 둥그런 옛 형상이 그저 너의 하늘이고 그저 나의 땅이듯이 공기로 흙으로 해체되어 털.어.놓.지. 않은 살.았.던. 이야기로 둥 둥, 끊긴 빈. 북. 소.리의 여운이 되어도. 되었다. 되어도 되었다. 빛은 늘 떨어지지 않는가. 어디로 빛은 갔는가. 빛은 비쳐오는데. 여전히. 오늘도. 날이 여기와 저쪽에서 새 소리를 나무 가지 사이에 심으며 저문다. 곧 저녁이거나. 흔히 밤으로 부르는 시간이 오며. 
날은 새 날이었다. 남아 있는 오렌지들을 이제 먹게 된다. 
저무는 날인데도 곳곳이 서 있다.